(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지방정부(제주도)가 갈등의 당사자가 되면서 갈등해결을 중재하는데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고 출범한 '특별자치도'체제가 지역갈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인 원인이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태석 전 제주도의회 의장은 30일 제주시 아젠토피오레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2년 전국 갈등 관리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김 전 의장은 2010년 7월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9~11대) 지방선거를 통해 도의회 의원을 지냈고 제11대 도의회 전반기(2018년 7월~2020년 6월) 의장을 역임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제주도 갈등 현안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연설에서 "일반적으로 갈등의 공적해결이라는 측면에서 지방정부는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그런데 제주 공공갈등의 특징은 정책추진과정에서 갈등이 주로 발생하고, 지방정부가 갈등의 주체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적 권위에 의존하는데 이미 제주에서는 공적 권위를 지닌 지방정부(제주도)가 갈등 당사자가 되고 있다"며 "이는 갈등을 중재할 주체가 불분명해지고, 중재의 힘이 미약해지는 문제를 야기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제주의 공공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공공정책 추진의 정당성 확보,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한 신뢰회복, 단계별 갈등관리방안 마련 등을 제언했다.


김 전 의장은 특히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단일 광역체제인 '특별자치도'에 주목했다.

제주도는 2006년 7월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기존 4개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고, 법인격이 없는 현재의 도 산하 2개 행정시(제주시, 서귀포시) 체제로 전환했다. 행정시는 기초의회가 없고, 시장도 도지사가 임명한다.

김 전 의장은 기조연설문에서 도내 갈등 현안 중 하나인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하수처리장 갈등'을 언급하며 "월정리 입장에서는 과거 '북제주군'이라는 작고 제한된 공간 하에서 이 문제를 받아들였다면 더 수월할 수 있을 것이나, 지금은 도 전체가 이해관계자가 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별자치도 출범 전에는 월정리가 속한 북제주군의 문제로 해결하면 됐지만 지금은 도 전체가 해당한다는 것이다.

김 전 의장은 “마을 입장에서 '도 전체와 관련된 하수처리를 왜 월정리만 부담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며 "누군가는 혐오시설을 수용해야 할 때 북제주군이라는 공간에서 이해하고 양해하는 것과 도 전체를 고려해 이해하고 양해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문제 또한 주민투표를 한다면 건설 지역인 서귀포시 성산읍을 포함한 예전의 남제주군에서의 투표 결과와 도 전체의 투표 결과가 다를 게 뻔하다"며 "기초자치단체 폐지가 결국 정책의 이해 당사자의 범위를 도 전체로 확대시켰고, 이는 '내가 왜 희생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내놓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기조강연에 이어 제주지역 갈등 사례 및 주요 사업 현황, 국내·외 갈등관리시스템 활용 사례와 개선 방안, 제주해상풍력발전 관련 갈등 해결방안 등의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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