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만나봣수다]는 우리의 이웃, 가족, 친구의 이야기를 뉴스1 제주본부가 찾아가 들어보는 미니 인터뷰입니다. 유명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이야기일지는 몰라도 그 누구든 삶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만나봣수다는 '만나봤습니다'의 제주어입니다.

지난 18일 제주도청에서 정재용 사단법인 오션케어 대표가 뉴스1 제주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2023.5.19/뉴스1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정재용 사단법인 오션케어 대표에게는 '반려해변'이 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해양환경보호단체들인 디프다제주와 세이브제주바다, 플로빙코리아, 지구별약수터, 혼디와 함께 입양한 제주 곽지해수욕장이다.

실제 정 대표는 마치 반려동물을 키우듯 반려해변인 곽지해수욕장을 돌보고 있다.

장갑을 낀 한 손으로는 집게, 한 손으로는 마대를 들고 이리저리 어질러져 있는 온갖 쓰레기들을 주워 담고 있는 그다. 돌이나 도로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담배꽁초부터 곳곳에 나뒹구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나 페트병, 알루미늄 캔, 비닐, 스티로폼, 종이까지 종류도 가리지 않는다.

외롭지도 않다고 했다.

뜻을 같이하는 지인이나 동료, 자원봉사자 등 수십 명이 항상 함께여서다. 오션케어 SNS를 보면 게시글의 절반 이상이 반려해변 정화활동을 함께 하자거나 함께 했다는 내용이고, 댓글에도 동참이나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제주시 애월읍 곽지해수욕장에서 진행된 사단법인 오션케어 등의 반려해변 정화활동.(오션케어 SNS 갈무리)

반려해변은 기업, 단체, 학교 등이 특정 해변을 맡아 인생의 동반자처럼 아끼고 돌보는 제도다. 1986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시작돼 호주, 영국 등 전세계로 확산된 해변 입양 운동을 해양수산부가 국내 상황에 맞게 벤치마킹해 2020년 9월 도입한 것이 바로 이 반려해변 제도다.

시작은 제주였다. 처음에는 제주맥주(금능해수욕장)·하이트진로(표선해수욕장)·공무원연금공단(중문색달해수욕장)만 참여했지만 지금은 제주를 포함한 전국 9개 지역 80개 해변에서 총 128개 기관·단체·학교들이 참여하고 있다.

당초 정 대표는 반려해변 제도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돕는 제주지역 코디네이터였다. 반려해변을 입양하면 해마다 세 차례 이상의 정화활동과 한 차례 이상의 해양환경보호 캠페인을 해야 하는데 그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민·관 간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

그렇게 지난해 4월부터 반려해변 제도를 지원하기 시작한 그는 불과 3개월 만인 그 해 7월 동료들과 함께 덜컥 반려해변까지 입양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단체가 반려해변을 입양한 건 이들이 첫 사례였다.

정 대표는 그 때를 돌아보며 "다들 몸이 근질근질했다"고 미소지었다. 그는 "지금도 그렇지만 이미 각 단체가 주말이면 제주 곳곳에서 해변·수중 정화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도 한 번 해 보자'는 의견에 순간 뜻이 모였다"며 "매번 100명 넘게 모일 정도로 참여도도 높다"고 했다.

지난 3월 제주 서귀포시 앞바다 아래에 페트병 등 쓰레기가 쌓여 있다.(오션케어 SNS 갈무리)

사실 정 대표의 전문 분야는 수중 정화활동이다.

대구 출신인 그는 약 10년 전 제주로 이주한 뒤 제주의 온 바다를 누비며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다 2019년 6월 해양환경보호단체인 오션케어를 설립했다. 제주도 앞바다 아래에 납으로 만들어진 봉돌이 무더기로 버려져 있다는 한 동료의 말에 불현듯 행동에 나서게 됐다던 그다.

정 대표는 요즘 평일에는 고향인 대구에서 본업인 축산설비 일을 하고, 주말에는 주로 범섬이 내다 보이는 서귀포 앞바다에서 수중정화활동을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한창 항공권 가격이 저렴할 때는 사흘 내내 제주에서 수중정화활동을 하며 지낼 정도로 온 힘을 쏟았다.

원동력은 '보람'에서 나왔다. 정 대표는 "이제 다이버들이 드나들 수 있는 범섬 주변은 쓰레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졌다"면서 "오랫동안 많은 분들이 공들여 온 결과"라고 했다. 그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반려해변 제도에도 보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 대표는 "지금은 주로 반려해변을 입양한 기업·기관 소속 직원들이 직접 정화활동을 하고 있는데, 기업·기관 주도 아래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며 "그런 측면에서 화순금모래해수욕장을 입양한 한국남부발전 남제주빛드림본부가 지난해 9월 인근 지역주민들과 해녀들, 어촌계 등과 함께 정화활동에 나섰던 모습이 계속 인상에 남는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아직 제도가 시작 단계인 만큼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 안전보험 등 여러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지를 갖고 제도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만큼 저 역시 꾸준히 참여하며 힘을 보태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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