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제주도가 '플라스틱 제로'에 도전한다. 2023년 8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직접 선포한 '2040 플라스틱 제로 섬'이 그것이다. 제주는 인구가 70만명에 못미치지만 한해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 관광객과 관련 사업체들의 협조없이는 플라스틱 제로가 어려운 이유다. 뉴스1제주본부는 10회에 걸쳐 관광 분야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제로에 도전하는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과 정책을 소개한다.

지구별가게의 지구별 옷장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한사람이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이 대충하는 게 낫습니다"

제로웨이스트샵(zero waste shop) '지구별가게'의 이경미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한사람이 플라스틱 100개를 줄이는 것보다 1000명, 전국민, 전세계인이 하나씩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자원순환 확산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자원순환은 그만큼 '사회적'이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특정 몇몇의 노력이 아니라 대중적이고 보편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혁명과 변화는 특정 몇몇에서 시작되기는 한다. 이 대표와 지구별가게의 재사용과 재활용은 '열심'의 수준이 아니라 '치열'하다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다.

지구별가게는 2017년 설립된 '함께하는그날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 가게다. '함께하는그날 협동조합'은 마을기업이자 사회적경제기업이기도하다.

2018부터는 자체적으로 친환경브랜드인 '소락'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지구별가게의 시작은 '면생리대'였다. 비닐을 겹겹이 쌓아만든 일회용생리대를 여성 한명이 한평생 사용하는 양은 평균 1만여 개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발생하는 일회용 생리대는 20억개 이상. 일회용 생리대가 자연분해하는 데 필요한 기간은 300년 이상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환경보호나 자원순환같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었다.

지구별가에서 판매하는 면 소재 브래지어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한다는 소식을 접한 이 대표를 비롯한 생협조합원들이 면생리대를 만들어 무료로 제공한 게 지금의 지구별가게와 함께하는그날 협동조합의 시작점이다.

이 대표는 "(면생리대)저희가 필요해서 만들었고 환경보다는 건강 문제 때문에 썼던 것"이라며 "그런데 면생리대를 찾는 소비자들이 생겨났고 점차 규모와 제품 종류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여성이 건강해야 지구가 건강해진다"는 이 대표의 신념을 반영한 듯 지구별가게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친환경 제품 상당수는 여성 제품이거나 여성과 관련이 있다.

면생리대는 물론이고 속옷, 화장용품, 주방용품부터 아이들 장난감까지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구와 제품을 판매한다. 최근에는 오가닉 원단으로 만든 브래지어도 개발했다.

지구별가게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모두 재사용이 가능하다. 지구별가게의 치열함을 보여주는 제품 중 하나가 '면와입스'다. 화장지나 물티슈 대신 면으로 만든 일조의 '다회용 휴지'로 세척하고 말려서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화장지조차 이들에게는 재사용해야할 대상인것이다.

지구별가게에 비치된 플라스틱 병뚜껑과 이를 재활용해 제작한 단추

폐트병에 비해 재활용률이 낮은 플라스틱 병뚜껑으로는 형형색색의 단추를 만들었다. 환타병뚜껑으로는 오렌지색 단추를, 사이다 뚜껑으로는 초록색 단추가 탄생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만든 플로깅(plogging)용 집게다.

플라스틱 병뚜껑을 재활용한 집게로 쓰레기를 줍는 이 아이디어로 '함께하는그날 협동조합'은 기재부의 '베스트 협동조합 어워드 최우수상'등을 수상했다.

가게 한켠에 마련된 옷장에는 원피스와 티셔츠, 반바지 등 여러 종류의 옷들이 가지런히 걸려있다. '지구별옷장'은 의류폐기물을 줄이자는 지구별가게의 새로운 도전이다.

집마다 상태는 괜찮은데 더 이상 손이 가지않는 옷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옷들을 이곳에서 교환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여행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폐기물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 '여행 갈때 새옷을 장만하는 대신 물물교환 형식으로 새로운 옷을 구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출발했다"며 "자원순환을 공유경제로 확장한 것"이라고 했다.

옷에는 몇 회 입었고 어떤 사연이 있는지 간단한 메모가 담긴 라벨이 걸려있다.

원피스를 옷장에 담은 한 여성은 "엄마에게 물려받아 잘 입었는데 너무 짧아서 떠나보낸다"며 "이쁜 새주인을 만나 행복하길"이라고 썼다.

이경미 지구별가게 대표가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만든 플로깅용 집게 세트를 설명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원순환이 지역경제와도 무관치 않다고 강조했다.

지구별가게는 제주에서는 드물게 봉제공장을 갖춰 제품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창출되고 제품 제작 과정에서 다른 지역을 오가는 시간도 단축된다.

이 대표는 "제주에도 친환경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기업들이 있는데 폐기물을 여기에서 수거해 재활용 제품은 타 지역에서 제작하는 경우가 있다"며 "한 지역에서 수거부터 재활용까지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제주에 역량을 갖춘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많지만 노동력은 많이 들고 수익은 많지 않은 형편"이라며 "단순히 재활용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도내에서 직접 개발하고 제작할 수 있도록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 기사는 제주관광공사의 후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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