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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서프구조대로 활동하고 있는 국가대표 서퍼 서재희씨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공포의 역파도'로 악명 높은 제주 서귀포시 중문색달해수욕장에는 서핑보드를 타는 '슈퍼맨'들이 언제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서재희씨(32)는 국가대표 서퍼이자, 제주 서프구조대원, 서핑스쿨 대표로 활동하는 일인다역의 능력자다.

서씨는 2015년 워킹 홀리데이 차 찾은 뉴질랜드에서 서핑을 처음 접했다. 여행 중 휴대가 간편하다는 이유로 타게 된 숏보드는 그의 주무기다.

서핑의 매력에 한순간에 매료된 그는 귀국한 뒤 '파도'를 찾아 제주에 터를 잡았다. 그 중에서도 여름이면 전국에서 서핑하기 가장 좋은 파도가 밀려오는 중문해변에 정착했다.

제주에서 매일 바다에 나가 파도를 타고, 겨울이면 발리 등으로 떠나 훈련에 매진한 그는 지난 겨울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무대를 누비고 있다.

지난달에는 엘살바도르에서 열린 국제서핑협회(ISA) 세계선수권에 출전했고, 서씨가 속한 대한민국 선수단은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원래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서핑을 시작했는데 자유로움에 매료된 게 가장 컸죠. '내가 이렇게 먼 바다에 나와서 놀고 있다니'하는 생각에 재밌기도 하고, 성취감도 들고요."

제주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서프구조대로 활동하고 있는 국가대표 서퍼 서재희씨

공포의 역파도라 불리는 '이안류'가 가장 많이 발생하기로 손꼽히는 중문에 자리를 잡은 이상 서씨에게 인명구조는 당연히 해야할 일이 됐다.

거친 파도를 좇는 서퍼 특성 상 물놀이 중 거센 물살에 휩쓸리는 이들을 목격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여름은 물론, 피서객은 적지만 안전요원이 없는 5~6월에도 서씨의 시선은 이안류가 잦은 갯바위 인근에 고정돼 있다.

"중문은 해변 초입에서 암초를 따라서 이안류가 흐르고, 순식간에 깊어지기도 해서 매해 10번 이상은 물놀이객을 구해왔죠. 위험하다 싶은 물놀이객들을 예의주시하다보면 십중팔구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오다보니 항상 예민하게 신경이 곤두 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서씨는 지난달 11일 튜브를 탄 어린이 5명이 암초 근처에서 이안류에 표류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즉각 뛰어들어 구조해내기도 했다.

제주 서퍼들은 가장 위험한 곳에서 소중한 생명을 수십차례 구해냈지만 그간 별다른 혜택과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전국에서 4번째로 서프구조대가 정식 출범하며 서퍼들이 보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인명구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마트에서 구조용 보드와 래쉬가드 등 수천만원 상당의 장비를 후원했고, 인명구조시 소정의 수당도 지급받는다.

서씨는 바다를 즐기는 피서객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그는 "파도가 얼마나 힘이 세고, 자연이 얼마나 무서운지 체감을 하기 어려워요.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파도와 바다의 힘이 얼마나 셀 수 있는지 느끼고 항상 조심해서 물놀이를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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