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제주도가 '플라스틱 제로'에 도전한다. 2023년 8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직접 선포한 '2040 플라스틱 제로 섬'이 그것이다. 제주는 인구가 70만명에 못미치지만 한해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 관광객과 관련 사업체들의 협조없이는 플라스틱 제로가 어려운 이유다. 뉴스1제주본부는 10회에 걸쳐 관광 분야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제로에 도전하는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과 정책을 소개한다.

박성준 카페 달그리안 대표가 다회용컵 사용을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초반에는 왜 여기만 돈을 더 받으려고 하느냐고 항의가 많았는데 1년 사이 고객들의 반감이 확연히 줄어들었어요."

제주시 우도면에 있는 카페 '달그리안'을 운영하는 박성준 대표가 청정 우도 캠페인에 참여한 1년간의 소회를 덤덤히 털어놨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지난해 8월부터 제주도의 축소판이라는 불리는 우도를 시범지역으로 선정, 청정 우도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이 캠페인의 핵심은 카페와 음식점 등에서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것이다. 1000원을 더 내고 다회용컵에 음료를 담아 구입한 뒤 반납하면 보증금을 되돌려주는 제도다.

현재 캠페인에 참여하는 업체는 10여개 수준이지만 여기에서 1년간(2023년 8월 기준) 사용한 다회용컵은 2만1457개에 달한다. 그만큼의 일회용컵 사용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우도 재활용 쓰레기 1인당 단위 발생량도 2021년 0.115㎏에서 2022년 0.103㎏으로 0.012㎏ 감량했다.

다회용컵 반납률은 104.9%다. 우도 외부에서 구입한 다회용컵을 우도 내에서 반납할 수 있어 반납률이 100%를 넘은 것이다.

변화는 카페뿐만이 아니다.

우도초 학생들이 하우목동항 일원에서 우도 방문객들 대상으로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우도초 제공)/뉴스1

지난 4월에는 '청정 우도 소라축제'에서 다회용컵 5920개를 사용하는 등 일회용 컵 없는 축제로 개최했다.

9월에는 우도초등학교 학생자치회 주관으로 학생들이 직접 관광객들을 상대로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을 벌였다.

박 대표는 "그동안은 과도기였기 때문에 업주들이 한발 더 고객에게 다가가 설명하려고 노력했다"며 "1년간 다회용컵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고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고객분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일부 고객은 돈을 더 요구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어린 놈이 고약하다"는 등 욕설을 하거나 심지어 침을 뱉는 경우도 있었다.

박 대표는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는 분들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특히 다회용컵 반납금을 기존에 해피해빗 포인트와 티머니 이외에 네이버페이로 지급하면서 반응이 더 좋아졌다"고 했다.

아름다운 우도 해변/뉴스1

다회용컵 반납은 항구 등에 설치된 대형반납기는 현금으로, 카페에 설치된 소형반납기에서는 모바일을 통한 포인트로 지급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30대는 덜한데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치 않은 중년층 이상은 소형반납기 사용을 어려워한다. 어떤 아주머니는 대형반납기로 안내해 현금을 환급해 드렸더니 공돈이라고 좋아했을 정도였다.그래서 우리 카페에서는 현금을 준비해 직접 지불하는 식으로 고객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회용컵을 현금으로 바꿔주는 것을 안 관광객들이 해변에서 컵들을 다량 수거해 가져오는 사례도 있었다. 실제 일회용컵보증금 제도를 비롯해 다회용컵 반납률의 일등공신으로 직접 음료를 구입한 고객이 아니라 버려진 컵을 주워서 반납하는 주민들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박 대표는 "관광지에서 자연의 혜택을 받아서 장사를 하는 입장이니 당연히 자연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다회용컵 사용이 우도를 넘어서 제주도와 대한민국 전체로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관광공사가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따르면 '관광 분야 자원순환 활성화를 위한 우도 방문객 여행 특성 조사'에 따르면 다회용컵 사용에 참요한 업주들은 캠페인 참여 가장 큰 변화로 '매장 내 플라스틱 배출량 감소'를 꼽았다.

휴예그리나에 설치된 다회용컵 소형 반납기/뉴스1

"캠페인 도입 시기에는 손님들의 불평이 빈번히 있었으나 1년동안 관광객의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는 응답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또 다른 캠페인 참여 카페인 '휴예그리나'의 김찬희 대표는 범국민적 차원의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대형 놀이공원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익힌 서비스 정신이 큰 도움이 됐다.
김 대표는 "처음 고객을 응대할때부터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충실히 설명하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업주 스스로가 제도의 중요성을 알고 몸에 녹아있어야 하는데 '이걸 왜 해야하지'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으면 고객을 설득하기가 더 어렵다"고 했다.

김 대표는 "우도 캠페인이 선언적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며 "초등학교, 중학교부터 조기교육을 하고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지금은 아주 초기여서 이 제도에 거부감을 드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세대가 바뀌면서 '당연하다'는 인식이 심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기사는 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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