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제주도가 '플라스틱 제로'에 도전한다. 2023년 8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직접 선포한 '2040 플라스틱 제로 섬'이 그것이다. 제주는 인구가 70만명에 못미치지만 한해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 관광객과 관련 사업체들의 협조없이는 플라스틱 제로가 어려운 이유다. 뉴스1제주본부는 10회에 걸쳐 관광 분야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제로에 도전하는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과 정책을 소개한다

김포국제공항 제로웨이스트 라운지에 여행객들이 모여있다/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지난 18일 김포국제공항 출발장이 있는 3층. 제주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고등학생 한 무리가 설레임 가득한 표정으로 모여있다.

'친환경 여행' 디지털 서약에 참여해 기념품을 받은 학생들은 뜻밖의 선물에 환호성을 질렀다.

수학여행단을 이끌고 제주로 떠나는 신도림고 박소연 교사(38)는 "학교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텀블러를 갖고 여행을 하도록 권고해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지참했다"며 "친환경여행에 대한 교육적인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학생들이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이달 6일부터 20일까지 김포공항에서 친환경 여행 캠페인 제로웨이스트 라운지를 운영했다.

휴대전화로 큐알(QR) 코드를 찍은 후 친환경 여행 서약에 참여하고 개인 SNS에 인증서를 게시하면 고체 어메니티(amenity: 호텔 내 샴푸, 치약 등의 비품), 대나무 칫솔 및 고체 치약,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텀블러백 등의 기념품을 준다.

친환경 캠페인의 취지에 맞게 모든 홍보 부스는 종이로 제작했으며 캠페인이 끝나면 책 받침대 등으로 만들어 재사용할 예정이다.

김포국제공항 제로웨이스트 라운지에 여행객들이 모여있다/뉴스1

이번 캠페인은 지난해 8월부터 우도면을 찾는 관광객을 상대로 했던 '청정 우도 서약'이 시작이다. 우도 관광객에서 제주도 전체 관광객으로 대상을 확장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팔라우에서 벤치마킹했다. 바로 팔라우 서약(Palau Pledge)이다. 팔라우에서는 방문객들이 입국 전 환경 보호를 다짐하는 서약을 해야 한다.

제주관광객들은 그린스테이(green stay) 실천, 정화활동 적극 동참, 텀블러와 다회용컵 사용, 쓰레기 배출 최소화 등을 서약한다.

강제성은 없지만 서약하는 것만으로도 관광객이 책임감과 의무를 인식하고 자연스럽게 자원순환에 동참하자는 취지다.

동료들과 출장을 간다는 김문석씨(28·서울) "그동안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긴다는 생각만했는데 이번 서약을 통해 관광객에게도 환경을 보전해야할 책임이 뒤따른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쓰레기를 버리지않는 것뿐만아니라 애초 생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김포국제공항 제로웨이스트 라운지에 여행객들이 모여있다/뉴스1

실제로 제주관광공사가 지난 8월 2일부터 8일까지 우도 관광객 6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서약에 참여한 응답자 중 서약이 친환경 인식 행동에 영향을 주었다는 응답이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가 56%를 차지했다.

같은 조사에서 우도 내 필요한 탈 플라스틱 캠페인(복수 응답 가능)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 금지'가 21.0%로 가장 많았다. '일회용 컵 사용 금지'는 16.8%, '일회용 플라스틱병 금지' 15.8%,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14.4% 등의 순이다.

이어 '일회용 플라스틱 숟가락/포크/젓가락 사용 금지' 11.4%, '일회용 음식/제품 포장재/비닐봉지 금지' 10.4%, '일회용 물티슈 사용 금지' 7.4% 등을 조사됐다.

선호하는 친환경 여행 방식 조사에서는 '여행 중 쓰레기 줄이기'가 51.3%으로 가장 높았다. '여행지에서 쓰레기 분리배출'이 31.7%, '저탄소 이동 수단 이용'이 6.3%, '친환경 여행지 방문하기'가 5.1%, '도보여행' 2.3%, 플로깅 및 플로빙이 2.5%)로 나타났다.

캠페인 참여에는 기념품의 역할이 컸다. 고체 샴푸 등 평소 접하기 힘든 친환경제품들이 여행객들의 눈길을 끈 것이다. 중년층 이상은 텀블러백, 비교적 젊은세대는 고체 어메니티와 대나무 칫솔을 선호했다고 한다.

여행객 김연숙(53·여·서울)씨는 "캠페인의 취지가 너무 좋고 공감이 된다"며 "평소에도 플라스틱을 줄이는 대나무 칫솔을 한번 써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사용해보고 괜찮으면 꾸준히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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