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제주도가 '플라스틱 제로'에 도전한다. 2023년 8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직접 선포한 '2040 플라스틱 제로 섬'이 그것이다. 제주는 인구가 70만명에 못미치지만 한해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 관광객과 관련 사업체들의 협조없이는 플라스틱 제로가 어려운 이유다. 뉴스1제주본부는 10회에 걸쳐 관광 분야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제로에 도전하는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과 정책을 소개한다

배달음식 다회용기를 이용한 고객이 배달앱에 남긴 후기(잇그린 제공)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평상시에도 환경 호르몬이 나오는 일회용기를 싫어했어요. 포장 손님에게 가게 그릇을 제공하기도 했어요. 다회용기를 사용하니 일회용기처럼 환경 호르몬도 안 나오고 손님한테도 더 편리해 다회용기로 음식을 제공할때 굉장히 뿌듯해요."

서울 마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성옥씨는 배달용기를 다회용기로 제공하는 '리턴잇' 서비스를 이용한 뒤 이렇게 느꼈다고 말했다.

최씨는 "다른 가게 사장님이나 배달기사님께 다회용기가 너무 편하고 좋다, 일회용기보다 저렴하다고 추천한다"고 했다.

서울시와 '잇그린'등이 손잡고 2021년 10월부터 추진한 배달용 다회용기 사업에 참여한 식당 일명 '제로식당'이 약 2년만에 1000곳을 넘었다.

2021년 강남에서 시작해 2023년 9월 기준 현재는 10개 자치구로 늘어났다.

첫해 70곳에 불과했던 제로식당은 2022년 490개, 올해 9월 기준 1290개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주문수도 첫해 1201건, 지난해 2만9384건, 올해는 7만2100건을 기록했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25개 모든 자치구로 이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다.

배달용 다회용기 세척 모습/뉴스1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잇그린'은 코로나19 시기 배달음식이 증가하며 일회용품 용기 사용이 덩달아 늘어나는 현상을 보고 이 사업을 시작했다.

고객은 특정 배달앱에서 다회용기로 음식을 주문한 뒤 용기를 반환한다. 잇그린은 반환환 용기를 수거해 7단계의 세척 및 살균 과정을 거쳐 새로 포장한 뒤 음식점에 공급하는 구조다. 일회용컵 보증금처럼 별도의 비용부담이 없고 음식물쓰레기까지 수거해 처리해준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세척장에서는 하루에 약 3만개의 다회용기가 세척된다.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을때에도 세척장 직원들이 쉴틈없이 용기를 닦고 나르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고객과 음식점을 거쳐 회수된 용기는 애벌세척, 고온세척, 살균소독, 전수검사 등을 거친다.

다회용기는 300번 이상 재사용한다. 그 이상된 사용한 용기도 폐기하지않고 재생산 과정을 통해 새용기로 만든다.

참여식당뿐만아니라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

세척을 마치고 포장되는 배달용 다회용기/뉴스1

샐러드 제품을 판매하는 황재희씨는 "거짓말 안 하고 반응이 진짜 좋다. 저희는 리뷰 이벤트를 한 적이 없어서 솔직한 리뷰들이 많은데 좋은 반응만 있다"며 "뒤처리가 필요없어서 너무 편리하다는 의견이 많고 한번 시켜보신 분들은 계속 다회용기로 시킨다"고 전했다.

도시락 가게를 운영하는 권세민씨 역시 "일회용기를 사용했을 땐 음식이 식어서 온다는 전화가 많았는 보온효과가 있는 스테인레스를 다회용기를 사용해 고객들의 만족금이 크다"며 "음식물 처리를 해줘서 편리하다는 반응도 있다"고 전했다.

잇그린은 올해 8월 기준 지금까지 배달용 다회용기 사용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줄어서 56만3022kg의 폐기물과 265만4808kgCO2eq를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나무를 1만9008그루 심은 효과라고 한다.

◇관광객 많은 제주, 1인당 배달음식 주문 상위권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의 '제주지역 플라스틱 발생저감을 위한 다회용 유통 포장재 운영 시스템 구축 방안 연구(2022)'에 따르면 2021년 6월 한달간 제주도민의 평균 배달앱 결제액은 11만5951원으로 서울과 함께 1인당 배달앱 결제 금액이 가장 많았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배달앱 결제가 가장 가파르게 증가해 2021년 6월 기준 9만 749건으로 2년 사이 357%의 주문 증가율을 보였다.

해당 보고서는 코로나 시국에도 1000만명이 넘게 찾은 관광객이 영향을 준것으로 봤다.

연구진이 제주시 연동 등 5개 동지역의 일반음식점 200곳을 대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실태 등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사용되는 종류는 소스컵中(월 10만4299개), 소스컵小(월 8만4872개), 탕용기 小(월 6만5056개), 탕용기 中(5만5987개) 등, 소스컵 大(월 5만3163개) 순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반찬 가짓수가 많은 한식이 1곳 당 월 2774개로 가장 많고 중식(1645개), 일식(668개), 분식(567개)순으로 조사됐다.

스테인레스 다회용기에 담긴 배달음식(잇그린 제공)

연구진은 2022년 기준 제주도 전체 음식점 9316곳에서 발생하는 일회용 배달용기를 무게로 추산하면 연간 7283.9톤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배달용기를 다회용기로 대체하면 그만큼의 플라스틱이 줄어드는 것이다. 또 제주도의 합성수지류 폐기물량도 약 15% 저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아직까지 식당에서는 다회용 용기 사용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다회용 용기 사용을 도입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가 40%, '보통이다' 36%, '그렇다'는 24%였다. 식당 사업자들은 다회용 용기 도입이 힘든 이유로 추가적인 인력운영 부담, 고객 불만 부담, 조리 및 세척시절 설치 비용 등도 반대한 이유였다.

반면 일반도민들은 긍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도민 100명 조사 결과에서 배달용기 다회용 용기 사용에 긍정적이 37%, 매우 긍정은 20%로 조사됐다. 물론 위생문제와 규제 준수 등이 해결돼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다회용컵 사용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한 제주도는 '플라스틱 제로 2030'를 실현하려면 배달용 다회용기 도입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도는 "세척장 등의 인프라 구축을 구려해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