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대규모 병원 이탈 나흘째인 지난달 23일 오후 제주대병원 내 불 꺼진 인턴의국 앞을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2024.2.23/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병상 가동률이 30%대로 급감한 제주대학교병원이 간호사들을 상대로 무급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12일 제주대병원에 따르면 최근 간호부 소속 9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급휴가 수요조사 결과 23명의 간호사가 무급휴가를 신청해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당초 병원 측은 병상 가동률이 급감하며 통폐합된 병동 간호사에 한해 무급휴가를 받을 계획이었지만, 상황이 장기화하자 전체 직원으로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훈 의료연대본부 제주대학교병원분회장은 "무급휴직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은 없도록 사측과 합의했다"며 "경영상태에 따라 일찍 복귀할 수도 있고,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 휴가가 더 길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무급휴가 신청자는 계속해서 받고 있다"며 "일하지 않는 일수에 대한 급여만 지급하지 않고, 다른 불이익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호사들은 의료공백이 커지면서 심폐소생술이나 약물투여 등 의사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데도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제주대병원은 지난 9일부터 간호사 10명으로 구성된 '비상진료지원팀'을 꾸려 2인 3교대로 전공의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비상진료지원팀 소속 간호사들은 전공의가 수행하던 당직 업무와 환자 예비진료를 담당한다.

신 분회장은 "병원에서 간호사업무조정위원회를 통해 업무를 조정할 수 있다고 하는데 문제가 실제로 발생했을 때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 많다"며 "일이 늘다 보니 업무적 부담감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20여 일을 넘기면서 지난해 300억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며 최악의 경영난을 맞았던 제주대병원 상황은 악화일로다.

전공의 이탈 후 경증 환자가 퇴원하면서 병상 가동률은 68%에서 30%대로 반토막 났다.

내과 중환자실은 기존 20병상에서 12병상으로 절반 가까이 줄였고, 수술실은 12개에서 8개로 축소돼 정형외과 등의 수술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병상 가동률이 10%대까지 떨어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 2곳은 1곳으로 통폐합했다. 현재 마찬가지로 가동률이 추락한 정형외과 재활병동도 폐쇄를 두고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제주대병원 전공의 108명 중 6% 수준인 7명만 병원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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