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의 한 오름 앞에 무단 조성된 A씨의 체험형 관광목장.(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제공)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의 한 오름을 깎아 불법목장을 짓고 연간 2억원이 넘는 매출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이 법정에서도 끝까지 행정 탓만 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 여경은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A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09년 4월부터 법률상 가축을 사육할 수 없는 지하수 자원 보전지구 2등급 지역인 서귀포시 모 오름 일대에서 흑염소 2000여 마리를 불법 사육해 오다 2019년부터는 체험형 관광목장 개발을 추진했다.

관할 관청의 허가 없이 축구장(7140㎡) 2배 면적에 달하는 1만3000㎡ 규모의 산림에 사육시설을 추가로 설치하고 먹이주기 체험장과 주차장을 새로 조성하는 식이었다. A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동업자인 B씨, C씨와 함께 에어 바운스, 나무와 밧줄을 이용한 클라이밍 체험시설, 레저용 4륜 오토바이(ATV) 체험 코스도 추가 조성했다.

이후 A씨는 1인당 최대 3만원의 요금을 받으며 연간 3만여 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연간 2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과거 해당 불법 가축사육시설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서귀포시의 폐쇄명령을 이행하지 않다가 결국 2022년 5월 고발당해 수사를 받아 왔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이 사건 범행의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며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1억6440여 만원을 추징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공범 B씨에게는 징역 10개월, C씨에게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A씨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A씨가 원상복구 절차를 밟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A씨는 최후진술에서 "그동안 행정이 하라는 대로 해 왔고, 행정이 바뀐 법을 알려주지 않아 이렇게 됐다"고 항변했다.

이에 재판부가 "행정은 법이 바뀌는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시정하라고 기회를 줬다"고 지적하자 A씨는 "마음의 빚이 있어 원상복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라고 꼬리를 내렸다.

재판부는 원상복구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6월 중 선고 공판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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