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개강 첫날인 18일 오전 제주대 의대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2024.3.18./뉴스1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좀 썰렁하죠?"

18일 오전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의과대학 2호관에서 우연히 만난 한 대학 관계자는 그렇게 자조하듯 짧게 한 마디를 내뱉으며 지나갔다. 개강 첫 날인데도 학생들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어서다.

실제 강의실 대부분은 불이 꺼진 채 텅 비어 있었다. 일부 불이 켜진 강의실에는 업무를 보는 조교나 수업을 준비하는 학생 한두 명 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당초 제주대 의대 개강일은 지난달 19일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방침에 대한 반발로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휴학을 신청하기 시작하면서 개강일이 지난 4일에 이어 이날로 두 차례나 연기됐다.

현재까지 휴학을 신청한 학생 수는 189명, 이 중 허가를 받은 학생 수는 3명에 불과하다. 이는 제주대가 교육부 지침에 따라 군 복무 등 개인 사유로 인한 휴학 신청만 허가해 주고 집단행동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는 휴학 신청에 대해서는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학칙상 휴학 신청이 금지된 1학년 42명을 제외한 재학생 수가 206명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학생들의 집단행동 참여율은 90.2%. 대학의 불허 방침에도 기존에 낸 휴학 신청을 철회한 학생은 단 1명도 없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 수록 신청자 수가 조금씩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이 지난 7일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 일대에서 플로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제주대학교 의과대학 비상시국정책대응위원회 사회관계망서비스 갈무리)2024.3.18./뉴스1

그 배경에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대한 반발 뿐 아니라 제주대가 학생, 교수 등 내부 구성원 의견 수렴 없이 지난 4일 정부에 2025년 의대 정원을 기존 40명에서 100명으로 2.5배 늘리는 내용의 신청서를 제출한 데 따른 반발도 섞여 있다.

강의실을 떠난 학생들은 해수욕장을 거닐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단체 봉사활동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활동 기록들을 올리며 "앞으로도 더 많은 활동과 봉사를 통해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학생들의 완강한 움직임 속 제주대 의대는 집단 유급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구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학칙상 수업일수가 모자라면 F등급이 부여되는데, 의학과의 경우 전공 과목에 하나라도 F등급이 있으면 바로 유급 처리된다.

제주대 의대는 우선 청강생 수가 한자릿 수여도 실습을 포함한 수업을 정상 진행하고 있고, 온라인 강의를 병행해 학생들이 휴학 신청을 하더라도 비교적 쉽게 출석해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번 학기에 한해 이처럼 강의를 운영하기로 했다.

제주대 의대는 휴학 신청을 낸 학생들이 최대한 빨리 학교에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지도 등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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