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산에 서식하는 사슴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제공)/뉴스1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 한라산에 최소 250마리의 사슴류가 살면서 '한라산의 상징' 노루의 서식지를 잠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최근 발간한 '조사연구보고서 제23호'에 수록된 '중산간지역 외래동물(사슴류) 생태연구'를 보면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한라산 사슴류 서식현황을 조사한 결과 겨울철 제주마방목지에서 190여마리가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다.

또 제주 중산간 목장지대에서도 10~20마리씩 집단을 이뤄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슴류는 중산간지역에서 겨울을 지낸 후 봄이 되면 고지대로 이동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행동반경이 매우 높아 낮에는 깊은 산림내에서, 일몰 후에는 먹이가 풍부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생활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에 서식하는 사슴류는 노루를 비롯해 일본꽃사슴, 대만꽃사슴, 붉은사슴, 엘크, 다마사슴, 고라니로 7종이다. 대만꽃사슴과 일본꽃사슴은 각각 대만과 일본에, 붉은사슴은 중국의 쓰촨성과 티베트에 주로 분포하는 외래종이다.

과거 제주에는 국내 고유종인 대륙사슴이 서식했으나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 모두 멸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제주에 서식하는 사슴은 확인되지 않았던 만큼 현재 관찰되는 사슴은 모두 외래종으로 추정된다.

1990년대 제주도에 멸종된 사슴을 되살려 야생노루 뿐 아니라 '사슴도 뛰노는 한라산'을 상상하며 3차례에 걸쳐 13마리가 방사됐다.

1차는 1992년 제주시 모 병원의원이 꽃사슴 수컷 2마리와 암컷 4마리 등 6마리를 한라산 수장교 입구에 방사했다. 이후에도 꽃사슴 수컷 1마리와 암컷 4마리를 자원목장에 방사했다.

3차는 경기도 이천에 거주하는 백 모씨가 '흰 사슴이 물을 마시는 못'이라는 의미의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자신이 키우던 백록 1마리와 꽃사슴 암컷 3마리를 견월악 서쪽 축산진흥원 목장에 방사했다.

그 외 붉은사슴, 엘크, 다마사슴은 농가에서 수익 창출과 관광자원화 일환으로 도입해 사육하다 수입감소 관리가 소홀해지면서 사육지 인근지역으로 방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꽃사슴류는 자연에 적응하면서 개체수가 지속해서 증가해 분포면적도 넓어지고 있다. 사슴은 노루에 비해 몸의 크기가 2~5배 가량 크고, 뿔도 커 노루와의 먹이경쟁, 서식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9~10월 도내 6개 읍면에서 표본조사한 결과 제주에 서식하는 노루의 개체수는 4800여 마리로 추정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사슴류가 서식하는 지역에서는 노루가 주변지역을 선택해 서식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며 "향후 사슴류 집단이 커지고, 서식영역을 확대하면 한라산의 상징인 노루의 주요 서식지를 사슴류가 잠식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내 사슴류 서식현황과 생태특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 추진해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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