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제주시 한경면 해안가에 북서풍 영향으로 떠밀려온 폐어구 등 각종 플라스틱 해양폐기물들이 널브러져있고 한쪽에는 가마우지가 강풍을 피해 앉아있다.2024.1.24 ⓒ News1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미끼 1000상자를 가져가면 1000상자의 (미끼 포장) 비닐을 가져와야 하는데 가져오지 않는다."

"내가 버렸던 쓰레기가 그물에 다 걸려 나오더라. 뱃사람치고 이 문제 모른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어선 하는 사람들은 정말 각성해야 한다."

수십 년 경력의 제주 어민들이 조업 중 어선에서 버리는 해양쓰레기에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26일 발표한 '2024 제주 어민의 눈으로 본 제주 바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10톤 미만 연안어선 1621척에서 연간 버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페트병은 57만 4490병(31톤)에 이른다. 도내 10톤 이상 근해어선 352척에선 연간 126만 6764병(63톤)의 페트병을 바다에 버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 해역에서 조업하는 타 지자체 근해어선 352척에선 182만 1041병(75톤)을 투기하는 것으로 파악돼 사실상 한 해 제주 바다에 버리는 페트병만 366만병을 넘는 셈이다. 이외 캔류 역시 사용량의 70% 이상이 버려져 한해 370만개가 넘는 캔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또 수거되는 해양쓰레기 절반이 폐어구지만, 어구가 실제로 한 해에 얼마나 버려지는지 추정치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위해 실시한 어민 면접조사에서 제주 어민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쓰레기는 미끼를 포장한 '비닐봉지'였다.

어민들은 "29톤 이상 배들은 보름에서 한 달간 조업을 하는 만큼 미끼 수천 개를 싣고 가는 일이 허다한데, 미끼를 쓰고 남은 비닐은 대부분 바다에 버려진다"고 입을 모았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비닐 포장은 해안으로 떠밀려와 수거되지 않고 바다에 가라앉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계자연기금(WWF) 독일본부가 아일랜드 조간대에 9주간 비닐봉지를 덮어 실험한 결과, 비닐 아래 퇴적물에선 산소 결핍이 발생하고 모래에 서식하는 유기체 수도 감소하는 게 확인됐다.

환경운동연합은 "어민들은 쓰레기를 육지로 가져와도 이를 제대로 처리해 주는 체계가 없다고 말한다"며 "제주도는 전국 대비 많은 양의 해양쓰레기가 수거되는 지역인 만큼 종합처리장을 건립하고 처리시스템을 갖추는 게 일차적으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은 "폐기할 어구를 반환 장소로 가져오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어구 보증금제'를 안정적으로 실시하고, 이미 폐기된 어구를 수거하기 위한 수거 보상 제도 같이 시행해야 한다"며 "생분해성 어구를 의무화해 바다에 비의도적으로 유실되는 어구로 인한 생태계 피해도 예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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