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성공신화 우리가 열어요] 11. 제주고 취업자 인터뷰

[편집자 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역 특유의 학력 선호로 빚어지는 특성화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중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지원 정책들을 펴고 있다.
뉴스1제주는 '고졸 성공신화 우리가 열어요'를 주제로 14회에 걸쳐 이 같은 제주도교육청의 특성화고 지원 정책과 특성화고별 운영 방향,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 성공 사례 등을 소개한다.

제주도내 유일의 관광계열 특성화고등학교인 제주고등학교는 실습 위주의 학습 방식으로 학생들을 준비된 인재로 양성하고 있다.

취업 현장에 나선 제주고 학생들은 “내 적성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학교에 다닐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며 “틀에 박힌 공부가 아니라 내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원동력을 쌓아서 기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 고정욱 “미슐랭 별 3개 레스토랑 운영이 꿈”
 

제주고 3학년 고정욱군(19)은 지난 9월부터 서귀포시 하예동에 위치한 그랜드메르호텔제주로 출근을 하고 있다. 손님들의 조식을 책임지는 게 고군의 주요 업무다.

학교에서 관광조리를 전공한 고군은 한식부터 양식, 중식, 일식, 제과제빵, 복어조리 기능사까지 조리 관련 자격증을 6개나 보유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이토록 많은 자격증을 딸 수 있었던 건 실습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 덕분이었다고 고군은 말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어느 학교를 가야 할지 갈등하던 중 우연히 제주고 취업설명회를 듣게 된 고군은 요리 실습을 할 수 있다는 말에 냉큼 제주고 진학을 결정했다.

단순히 요리가 재미있어 보여서 한 선택이었지만 실습을 거치면서 점차 적성에 맞는다는 걸 알게 됐고, 2학년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요리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

교내 수업은 학년별로 한식과 양식, 중식과 일식을 순차적으로 배워야했기 때문에 더 빨리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길 바랐던 고군은 따로 요리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오후 7시부터 밤 10시까지.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고 1년여간 꾸준히 요리학원으로 향한 덕에 다양한 분야의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고군은 “학교가 끝나면 놀러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안타까움이 더 컸다”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일찍 찾았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시간도, 방과 후의 시간도 모두 꿈을 이루는 데 활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군은 이어 “아마 일반고에 진학했더라면 나도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공부가 하기 싫어서 허송세월을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준비하는 과정이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요리에 대한 애정이 나를 지탱해줬다”고 강조했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여러 호텔에 동시에 합격했지만 고군이 그랜드메르호텔제주를 선택한 이유는 일본에도 지점이 있어서 해외 진출의 기회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군은 “큰 호텔은 아니지만 내가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며 “실력을 차곡차곡 쌓아서 30대 후반쯤에는 레스토랑을 차려 직접 운영을 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최고의 레스토랑을 찾아 별점을 주는 ‘미슐랭 가이드’ 별 3개를 받는 게 최종 꿈”이라며 “남들보다 일찍 시작했으니 마음만 먹으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 김대근 “본인에 대해 고민하는 만큼 결과가 따라온다”
 

올해 초 제주고를 졸업한 김대근씨(20)는 지난 1월부터 중문하얏트리젠시에서 요리사로 근무하고 있다.

김씨가 요리사를 준비하기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부모님의 질문에 ‘요리’라고 답했고, 곧바로 요리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일찍이 진로를 정한 김씨에게 있어 제주고 진학은 당연한 일이었다. 관광조리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이미 한식과 양식 자격증을 취득한 김씨는 실습시간 가장 먼저 과제를 마친 뒤 다른 친구들을 돕기도 했다.

김씨는 “좋아하고 잘 하는 걸로 인정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고등학교에 가서 느낄 수 있었다”며 “주위에서 독려를 많이 해주셔서 즐겁게 꿈을 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위의 칭찬에도 자만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덕에 중식, 일식, 제과제빵, 조주기능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김씨는 “부모님과 선생님 모두가 내 의견을 존중하고 응원해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해외 음식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고3 때는 호주 글로벌 인턴십도 다녀왔다. 1개월 정도는 어학 공부를 했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 레스토랑에서 일을 배우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번듯한 직장에 취직을 하고도 김씨의 학구열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일학습병행제’를 이용해 일주일에 하루씩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외식경영과에서 호텔 경영의 전반적인 업무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계속해서 나를 가꿔야지만 나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지 않겠느냐”며 “조리만 공부했을 때는 알지 못했던 호텔 프런트 관리부터 시작해 바리스타라든지 중국어 공부 등을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래 아이들에 비해 비교적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느낀 게 어학이 나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요리를 좋아한다고 해서 무작정 요리만 공부할 게 아니라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생님의 요청으로 후배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 사례 발표도 한 적도 있다는 김씨는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만큼 결과가 따라오게 돼 있는 것 같다”며 “일단 흥미 있는 일이 있으면 가만히 있지 말고 무엇이든 시작해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