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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주민만 불편"…제주 쓰레기 정책에 성난 민심[쓰레기 요일별 배출 한 달] 1.수정·철회 민원 봇물
엇박자 행정에 시장 '엄살' 망언까지…"총체적 난국"
  •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승인 2017.01.0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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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제주도가 쓰레기대란을 막기 위해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내놓은 지 한 달. 시간·요일·종류를 제한하는 쓰레기 배출 정책에 시민들의 민원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행정당국은 쓰레기가 줄어들고 있다며 강한 추진의지를 보이고 있다. 뉴스1제주는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에 대한 실질적인 추진 성과와 과제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제주지역에서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가 시범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각 가정과 사업장 내에 배출되지 못한 쓰레기가 쌓이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2016.1.9./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시는 소각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시범 운영 한 달이 지났음에도 생활쓰레기 절감 효과는 미미하고, 시민들은 물론 공직내부에서 조차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제주도가 지난 1일부터 시범 운영을 도 전역으로 확대,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 "대체 왜?"…가정·사업장 곳곳 불만 폭주
8일 오후 10시 제주시 애월읍 하귀2리의 한 가정집에서 만난 정모씨(50)는 아닌 밤중 부엌 옆 베란다에서 한참을 부스럭거렸다.

월요일에만 버릴 수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지난주 미처 버리지 못한 플라스틱 쓰레기까지 쌓여 있던 터라 정씨는 굽은 허리를 쉽게 펴지 못했다.

한 시간 뒤 겨우 자리에서 일어난 정씨는 한숨과 함께 "하루하루가 쓰레기와의 전쟁"이라며 "이런 식으로 화요일에는 종이, 수요일에는 캔, 목요일에는 스티로폼과 비닐만 버려야 한다. 살다살다 이런 쓰레기 분리수거 방식은 처음이다. 듣도 보도 못했다"고 성토했다.

가정 뿐만 아니라 지역별로도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전날 오후 7시 제주시 일도1동 칠성로 상점가에서 만난 옷가게 주인 오모씨(30·여)는 "하루에 수백 개의 박스·비닐이 쏟아지는데, 어떻게 이걸 일주일씩 묵히라고 할 수 있느냐"며 "지역별 상황에 맞게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 일대 상권 전체가 난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시장과 수협 등이 몰려 있는 제주시 건입동 주민 임모씨(68)도 "목요일만 되면 클린하우스에 비닐·스티로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군데군데 내장 등 온갖 찌꺼기가 붙어 있다"면서 "여름에 바퀴벌레가 안 꼬이고 배기겠느냐. 누가 이런 규칙을 정한 것이냐"며 코를 틀어 막았다.

이 외에 SNS에서도 "최근 읍면동 불법 투기·소각이 심해졌다", "대규모 사업장·공사장이 더 큰 책임을 져라", "왜 애꿎은 시민만 잡느냐" 등 행정을 향한 십자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제주시, 올해 1월 1일부터 서귀포시 지역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는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에 따른 시민들의 반응이다.
 

지난 6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 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제주도의회 제공)© News1

◇ '시민불편' 강요 정책…반발확산에 저항운동까지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는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 사이 요일별로 정해진 쓰레기만 배출토록 하는 정책으로, 오는 7월 1일부터 제주도 전역에서 전면 시행된다.

월요일에는 플라스틱류, 화요일에는 종이류, 수요일에는 캔·고철류, 목요일에는 스티로폼·비닐류, 금요일에는 플라스틱류, 토요일에는 불연성·병류, 일요일에는 스티로폼만 배출토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소각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인다는 취지지만, 혼선은 진작부터 예견됐다. 사실상 시민 불편을 감수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경실 제주시장은 지난 8일 '불편함 이겨 꽃피는 청정제주'라는 브리핑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시범 운영 일주일 만에 제주시에는 정책 수정·철회를 촉구하는 500여 건의 민원이 잇따랐고, 반발이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일부 시민들이 모임을 구성해 정책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저항운동'을 벌이는 등 행정당국에 맞불을 놓고 있다.

여기에 제주도와 제주시, 서귀포시의 엇박자 행정으로 시범 운영 한 달 새 쓰레기 배출 시간·요일·종류 등이 거듭 수정되고, 고경실 제주시장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엄살을 부린다"고 발언했다가 공개사과하는 등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총체적 난국'에 빠지는 양상이다.

◇공직 내부서도 이견…"불편 최소화 초점" vs "이제와서 최소화?"
이 같은 반발에 행정당국은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9일 주간정책회의에서 "'왜 시민 탓만 하느냐'는 틀이 바로 지난 한 달 가까이 이어졌던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반대여론의 핵심"이라며 "도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주제에 대해 좀 더 소통과 홍보에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공직 내부에서는 아직도 정책의 실효성 자체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격일제 전환, 정책 철회 등이 검토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제주시 한 공직자는 "행정이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도입하면서 시민 개인에게 돌아가는 실질적 이익들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해 이런 촌극이 빚어진 것"이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측면에 있어서는 아직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서귀포시 한 공직자는 "지금까지 시민들이 많은 손해를 감수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행정에서 모든 예산과 자료, 계획을 꺼내 놓고 시민들과 토론하면서 건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면서 "최소한 시범 운영 기간 전에 이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제주도와 제주시, 서귀포시는 이달 중 실무협의회를 갖고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개선방안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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