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제주대학교병원 중앙수술부 앞에서 환자 보호자가 대기하고 있다. 2024.2.23/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사직서 집단 제출에 따른 의료공백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제주대병원에선 정부의 '최후통첩' 이후 오히려 전공의 이탈 규모가 더 커지면서 중환자실 병상을 기존의 절반으로 축소한 데다 일반 병상은 통폐합하는 등 상황이 점점 더 악화하는 모습이다.

4일 제주대병원에 따르면 병원 측은 이번 주부터 병상 가동률이 10%대로 떨어지는 등 업무 환경이 크게 악화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 2곳을 1곳으로 통폐합한다.

제주대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이후 경증 환자 퇴원 조치가 취해지면서 30%대로 추락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 80~85% 수준을 유지했던 이 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작년에 68%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이번 전공의 이탈 등의 영향으로 회복될 틈도 없이 다시 반토막 난 것이다.

이 병원 내과 중환자실도 기존 20병상에서 10병상으로 절반을 줄여 가동하기로 했다. 수술실은 이미 지난주부터 12개에서 8개로 축소 운영 중이다. 따라서 위중증을 제외한 나머지 수술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지난달 중순 병원에 입사한 신규 간호사 교육도 병동 운영이 축소돼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제주대병원 전공의 정원은 병원과 새로 계약하거나 선발한 인력이 포함되면서 이달 1일을 기해 기존 95명에서 108명(인턴 22명·레지던트 62명·파견의 24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는 '서류상' 숫자일 뿐 실제 업무 공백은 이달 들어 더 커진 상황이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파견된 전공의 24명은 이날 모두 결근했고, 인턴 22명 중 19명은 지난달 일찍이 임용을 포기했다. 남은 인턴 3명은 오는 5월에야 공보의 신분으로 입사할 예정이다.

또 제주대병원 본원 소속 레지던트들의 경우 이달부터 근무하기로 했던 1년 차 레지던트 22명 중 14명이 임용을 포기했고, 나머지 8명만 정상 근무 중이다.

게다가 2~4년 차 레지던트 중에선 5명만 출근 의사를 밝혀 사실상 이 병원 전공의 중 근무 인원은 13명(12%)에 그치고 있다. 25명의 전공의가 남아 있었던 지난달과 비교해 그 절반 수준으로 수가 줄어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전임의(펠로) 7명 중 3명도 임용포기 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관계자는 "병상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병원 운영 자체가 큰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라며 "지난주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과 병원장의 면담도 이뤄졌지만, 아직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이 없어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까지를 전공의 복귀 시한으로 정했던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각 병원 현장점검을 통해 미복귀 전공의 현황 파악에 나서는 한편, 해당 전공의들에 대한 의사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과 사법 조치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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