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대란, 기로에 선 제주] 5. 행정 신뢰도 추락

[편집자 주] 제주도의 '쓰레기대란'이 눈앞에 닥쳤다.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쓰레기 문제에 대한 강력한 수요억제책을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예고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쓰레기를 처리할 인프라가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뉴스1제주는 제주가 직면한 '쓰레기대란'의 실태와 구조적 문제, 개선점을 7회에 걸쳐 살펴본다.
 

"가뜩이나 좁은 땅에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랬다 저랬다 하는지…"

직장인 김모씨(33·여)는 업무 관계로 평일에는 제주시에 있는 친척집에서, 주말에는 서귀포시에 있는 자취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내년부터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가 시행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세부 내용을 살펴본 뒤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요일별로 배출해야 하는 쓰레기 품목이 지역별로 달라 언제 어디서 어떤 쓰레기를 버려야 할 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좁은 땅에 지역별로 시행 방식이 다르면 시민들은 당연히 혼란스럽지 않겠느냐"고 따져 묻던 김씨는 요일별 배출 품목과 시행 일자가 다시 조정됐다는 기자의 말에 "시급한 현안이라고 하던데 아니었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 시행 한 달 전 정책 수정…행정 신뢰도 추락
제주도는 지난 9일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도입을 주된 골자로 한 '폐기물관리조례'를 개정·공포하고, 현재 요일별 배출품목을 세분화하기 위한 시행규칙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당 시행규칙 개정안은 빠르면 이번 주 내로 입법예고돼 제주도민의 의견을 수렴, 조례규칙심의회를 거쳐 다음달 말 공포될 예정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하게 된다.

그러나 제주시는 지난 2일 자체적으로 요일별 배출 품목을 확정, 12월 한 달간 시범운영 후 내년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동시에 홍보책자를 제작해 각 가정에 배포하는 등 대민홍보를 추진했다.

서귀포시가 제주도·제주시와의 조율을 전제로 요일별 배출 계획안을 수립, 시행규칙 공포 후 내년 시행을 준비한 것과는 달리 조급한 모습이었다.

이 같은 '요일별 배출제'를 둘러싼 두 행정시의 엇갈린 행보에 제주도가 최근 중재에 나섰다. 요일별 배출 품목을 일원화하고, 제도 시행 일자도 내년 7월 1일로 연기한 것. 결국 제도 시행 한 달 전 계획이 전면 수정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해양쓰레기 종합처리장'을 놓고 제주도와 제주시가 조성계획을 거듭 번복하는 촌극이 있기도 했다.

제주도가 지난해 5월 2016년부터 4년간 280억원을 투입하는 '해양쓰레기 종합처리장' 조성사업 계획을 발표한 뒤 자진 철회한 데 이어 불과 반년 만에 제주시가 다시 '해양쓰레기 종합처리장' 조성사업 계획을 발표한 것.

최근 제주시는 한림·한경·애월·조천·구좌·우도·추자도 해양쓰레기 집하장에 소각시설을 추가 설치하는 방향으로 내부적으로 계획을 전면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 "성과내기 급급 안 돼"…"정책적 통일성 갖춰야"
전체적으로 제주도 쓰레기 정책이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번복과 수정을 거듭하면서 행정의 신뢰도 추락을 자초하고 있다.

이에 대해 행정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행정시 관계자는 "제주도 쓰레기대란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공직 내부에서 성과내기에 급급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결국 예산과 시간 낭비, 시민 불편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하민철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위원장은 "사실상 제주도와 제주시, 서귀포시 간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며 "이렇게 되면 제주도가 특별자치도인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위원장은 "(쓰레기정책이) 현안 정책이라고 하면서 자기 고집 대로 추진하다 보니 행정 간 정책적 통일성이 갖춰지지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이런 불협화음을 줄여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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