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아침 9시 파주시 임진각에서 승용차 25대가 남쪽을 향해 출발했다. 현대 '아이오닉5', 테슬라 '모델3' 등 모두 국내외 브랜드 전기차들이다. 운전석에는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대표 김태성) 회원들이 앉아 있었다. 이 전기차 행렬은 세종시를 경유하고 목포에 도착해서 밤배를 타고 7일 아침 제주도 최남단 송악산에 골인했다. 750㎞의 전기차 장정은 제8회 국제전기차엑스포조직위원회(공동대표 김대환·문국현·최열)가 기획한 '평화의 길'(Peace Road) 이벤트였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전기차 대장정을 통한 남북교류의 염원을 담
엄마가 아기를 품에 안은 모습은 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까. 전장에서 무장한 군인이 아기를 안은 모습은 어떨까.아프간 전쟁에서 임무 수행 중인 한 미군 병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 장이 지구촌에 깊은 감동의 여운을 던졌다. 전투 장면이 아니다. 아기를 안은 여군의 이미지다. 먼지가 묻은 누런 전투복 차림의 여군이 전투장갑을 낀 손으로 아기를 안고 있다. 소총과 장비가 그녀의 무릎 위에 놓여 있다. 아기의 눈엔 불안감이 서려있다. 아기를 안은 여군 병사의 모습이 여운을 남긴 이유는 이 사진을 남긴 얼마 후
우리에겐 76번 째 광복절 기념일인 지난 15일,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블에서 벌어진 광경은 충격 그 자체였다. 46년 전 월남패망을 상징했던 '사이공 최후의 날'을 떠올리게 했다. 탈레반 세력에 의해 삽시간에 점령된 수도 카블을 탈출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공항 활주로에 몰려들었다. 비행기를 타려고 트랩에 기어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은 6·25전쟁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피난 열차를 연상케했다. 활주로를 향해 이동하는 대형 미국 군용기를 에워싸고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몰려들어 동체와 날개에 필사적으로 달라붙는 광경은 목불인견이었다. 미
기후변화 시대에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기업이 자동차 메이커일 것이다. 100년 이상 석유시대를 구가했던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들이 '2050년 탄소중립'으로 받는 압박감은 가히 생존의 위협이라 할 만하다. 특히 미국 자동차업계의 위기감이 가장 심하지 않을까 싶다.미국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자동차의 나라다. 세계 최초로 순수전기차(EV) 대량 생산의 발동을 건 것도 미국의 테슬라다. 그럼에도 미국의 친환경차 보급 속도는 유럽과 중국에 뒤처져 있다. 기후위기를 일찍이 느꼈던 유럽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선호도가 강하고, 중국은 뒤떨어
쓰레기 처리가 점점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은 플라스틱 폐기물이 골치거리가 됐다. 너무 종류가 다양하고 많은 양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산과 들에 쌓이고, 전 세계의 강과 호수와 바다로 흘러든다. 눈에 잘 띄지 않은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가 숨쉬는 공기 속으로 흘러들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쓰레기 문제의 일부에 불과하다. 근래 잠잠해졌지만 한때 핵폐기물이 우리 사회에 큰 논쟁을 일으켰다. 핵쓰레기 문제는 아직 잠자고 있을 뿐 언제고 다시 사회 이슈가 될 수 있다. 8년 전 음식물 쓰레기가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된 적이 있
라인강이 범람했다. 대서양 건너 북미 서부는 대가뭄으로 대지가 타들어가고 있다. 올해 지구촌을 휘감고 있는 기후변화의 몸살 정도가 심상치 않다. 태평양 건너서 한국도 왠지 불안하다. 지난 1년 반 동안 나름 잘 관리되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백신 부족으로 조기 집단면역이 요원한 상황에서 4차 대유행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 판에 폭염, 폭우, 태풍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기상청이 열돔현상에 의한 폭염을 예고했고, 이에 따라 전력수요의 급증으로 예비전력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주말 독일에서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독일과 벨기에
지난 주 '플라스틱 제로 사회'라는 주제로 열리는 포럼에 참석하려고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기체가 하강하면서 비행기 창문을 통해 한라산 기슭 넓은 들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일상의 풍경도 어떤 관심의 계기가 생기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이날 내가 본 제주도의 풍경은 '녹색 반 하얀색 반'이었다. 녹색은 숲과 초원이었고 하얀 색은 비닐하우스였다. 평소에는 그러려니 하고 보았던 제주도 들판이 이날은 플라스틱 풍경이었다. 가끔 신문이 제주도 쓰레기 문제를 보도하면서 '플라스틱 섬'이라는 제목을 붙였던 게 떠올랐다. 지난 8일과 9일
물레방아는 돌았지만, 풍차는 없었다. 옛날 한국인들은 물의 힘을 이용해 방아를 돌렸다. 그러나 바람을 이용하여 풍차를 돌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풍차는 유럽 사람들이 바람의 힘을 이용하여 육지로 들어온 바닷물을 다시 바다로 퍼내던 기계 장치다. 오늘날 덴마크 등 서유럽 국가들이 풍력발전 분야에서 첨단을 걷게 된 모태가 풍차가 아닐까. 세계는 지금 에너지 혁명의 소용돌이를 타고 있다.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2050년 탄소중립'은 인류의 절박한 과제가 됐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과 석유 대신에 햇볕과 바람으로 전기를 만들어 써야
기후변화가 세상 관심사 중에 큰 일이 되었다. 대통령에서부터 마을 이장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을 이야기해야 지도자답게 보이는 세상이다. 30년 전 사람들은 '기후변화'란 말을 모르고 살았지만, 지금은 뉴스 시간마다 자주 듣는 얘기가 기후변화이니 세상이 얼마나 달라진 것인가. 한국의 농업에도 기후변화 영향이 뚜렷해지는 것 같다. 대구를 중심으로 재배되던 사과가 북으로 이동한 것은 꽤 오래 전 얘기인데, 최근엔 제주 감귤나무들이 육지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제주의 특산물로만 여겨지던 한라봉·레드향 등 감귤 나무가 의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다. 지금 이 경쟁에서 중국이 앞서고 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18일 미시건 주에 있는 포드자동차 공장을 찾아 연설하면서 꺼낸 말이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3일 전이다. 이튿날 CATL과 비야디(BYD) 등 중국의 배터리 및 전기차 관련 주식값이 일제히 올랐다. 중국이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에서 앞서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미국 대통령이 입으로 이를 확인하자 일어난 주가 랠리"라는 게 인민일보 자매지 '글로벌타임스'의 해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문재인 대통령이 5월 30일과 31일 50개국 정상급 인사가 온라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2021년 P4G서울정상회의'를 주재했다. 녹색성장 등 환경을 주제로 2년 전 덴마크가 창안해서 열었던 국제회의를 한국이 이어받아 주관한 것인데, 팬데믹 사태로 기후변화가 큰 이슈가 되면서 국제적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애니메이션 영화 같은 무대에서 탄소중립정책 의지를 재확인하고 개도국의 탄소 감축도 지원하겠다고 연설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5월 22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미국대통령과 넷제로(net-zer
지난 일요일(9일) 제주공항 탑승 대기실은 아침 9시부터 관광객들로 그 넓은 공간이 꽉 찼다. 탑승 후에도 '관제탑으로부터 이륙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는 기내 방송을 몇 차례 들어야 했다. 아마 착륙하는 비행기들도 순서를 기다리느라고 하늘에서 한참 빙빙 돌아다녔을 것이다.어린이날 연휴를 제주에서 보낸 관광객들이 뭍으로 돌아가는 날이어서 그렇게 붐볐던 것 같다. 주말인 1일과 2일 이틀간 제주에 도착한 관광객이 8만5000여 명, 어린이날에 도착한 관광객은 4만5000여 명이었다고 한다. 사실 공항에 어린이는 별로 보이지 않았는데.코
세계 자동차 제조업계가 차량 반도체 부족으로 난리다. 팬데믹으로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되면서 주문은 밀려드는데 반도체가 없어 자동차를 제때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대와 기아, 미국의 GM과 포드, 독일의 폭스바겐과 벤츠 등 내로라하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대만의 반도체 생산업체 TSMC를 향해 '반도체 칩을 좀 공급해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있다. TSMC는 차량 반도체 칩을 포함한 반도체 생산 분야의 세계 톱 기업이다. 자동차에 반도체 칩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자동차 생산이 마비될 정도로 중요한 부품인지, 왜 요즘 들
4월 22일은 '지구의 날'(Earth Day)이다. 1970년 첫 번째 지구의 날 기념행사로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부부가 백악관 잔디밭에 나무를 심었다. 그 1년 전 캘리포니아 해안 석유 유출 해양오염 사고로 미국에 대규모 환경운동이 불붙었고 ‘지구의 날’이 추진됐다. 올해 51 번째 지구의 날 백악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0개 나라 최고 지도자를 초대하여 '기후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튿날까지 이어진 비대면 비디오 정상회의에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러
"한라산 백록담을 꼭 올라가 보고 싶다고 해서 김포공항까지 태워다 줬는데..." "3년을 기도해서 낳은 아들인데, 살 만큼 산 나와 이 상황을 바꾸고 싶다." 제주도에 여행갔다가 교통사고로 비명횡사(非命橫死)한 아들의 죽음을 제주 경찰로부터 통보받고 현지 병원으로 달려가 오열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마음이 듣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3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58명의 중·경상자를 낸 4월 6일 오후 제주시 아라동 5·16도로와 제주대 진입로 교차로에서 일어난 대형 교통사고는 충격적이었다. 필자는 우연히 사고 발생 몇 십분 후
한국서 미얀마까지는 3500㎞나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나 지금 미얀마인과 한국인 사이 마음의 거리는 1㎞도 안 되는 것 같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치며 군사 쿠데타에 목숨의 위험을 안고 항거하는 미얀마 사람들에게 연대감을 느끼는 한국인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려나오고 있디. 광주를 비롯해서 전국 지자체들이 미얀마 유혈사태를 규탄하고 유엔의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는가 하면, 수많은 종교 및 시민사회단체가 모금운동을 벌이자 1만 원, 2만 원, 3만 원, 5만 원,10만 원씩 미얀마돕기 계좌에 입금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민주
2001년 4월1일 중국 하이난(海南)섬 인근을 비행하던 미군 정찰기와 이를 견제하려고 출격한 중국 요격기가 충돌하는 아찔한 사건이 있었다. 바다에 추락한 중국 요격기의 승무원은 사망했고, 하이난섬에 불시착한 미국 정찰기와 승무원 24명은 중국군에 억류됐다. 미·중 관계가 1979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긴장 국면에 놓였으나,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미안하다'(sorry)는 애매한 사과 표명을 받고 승무원들을 풀어주고 정찰기도 해체해 미국에 돌려줌으로써 사태를 봉합했다. 이 사건 이후 당시 주룽지 중국 총리가 언론 인터뷰에서 미·중
얼마전 김포에 있는 지인의 농가를 방문했다. 처마 밑 빈 공간에 연탄 수백장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텃밭에는 연탄재가 흩어져 있었다. 오래만에 연탄을 보며 문득 구공탄의 온기에 기대어 살았던 젊은날의 기억과 함께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는 싯귀가 머리를 스쳤다.'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연탄을 잊고 산지 오래다. 연탄 한 장 값과 쌀 한가마 값이 가을철 신문과 방송 뉴스의 뜨거운 이슈가 되었던 것이 30년 전의 일이다. 한때 '국민연료'로 불렸던 연탄이 지금은 도시 골목 식당의 드럼
새로운 전기차(EV) 모델을 내놓자 첫날 들어온 국내 계약 주문이 2만3760대였고, 이어 3000대 한정 계약으로 내놓은 유럽에선 신청이 3배수로 몰렸다고 한다.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통해 야심차게 내놓은 전기차 '아이오닉5' 이야기다. 아이오닉5의 사전 계약 대수는 국내 내연기관 및 전기차 모델을 통틀어 최다 기록이라고 한다. 아마 숨죽이고 기다리던 현대차 사람들 모두가 환호를 질렀을 법하다. 아마 독일 일본 미국 중국의 자동차회사 임원들은 현대자동차의 환호소리를 들으며 온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을 것이
나는 카카오톡을 쓰고, 카카오택시도 가끔 이용한다. 하지만 카카오란 회사와 그 문화에 대해 거의 모른다. 아날로그형 인간에 불과한 나는 기업이라면 강철이나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를 먼저 머리에 떠 올리지, 소위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로 돈을 버는 회사를 이해하는 덴 거리감이 느껴진다. 카카오 창업자이며 이사회 의장인 김범수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었다. 미디어를 통해 공대출신, 염소수염, 인터넷게임 사업, 카카오 창업 등이 그를 이해하는 키워드의 전부였지, 김범수의 기업가 정신을 관찰해 본 적이 없다.그런 정도로 알고 있던 김범수 카